사설/기고
벌거벗은 임금님의 마지막 행차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사람들
새 옷만 좋아하는 사치스러운 임금님이 있었다. 두 재단사가 바보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으로 옷을 만들겠다고 했다. 옷이 완성되었다고 하자 임금님은 그 옷을 입고 거리를 행진했다. 길 가에 나온 모든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임금님의 옷을 칭찬했다. 그 때 한 어린이가 외쳤다. “벌거벗은 임금님이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임금님은 창피했지만 이를 무시하고 계속 행차를 이어나갔다. 안데르센의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다. 현실에서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고,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회자되는 이유는 뭘까? 듣고 싶은 것만 듣느라 참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는 권력자와 눈에 뻔히 보이는 거짓과 불의를 못 본 척하고 말하지 않음으로써 그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사람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옷감’이라는 음모론에 취하고, ‘그것을 보지 못하면 바보’라는 프레임에 갇힌 어른들 속에 파묻혀있으면서도 권력이나 권위에 휘둘리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 진실을 말하는 어린이 같은 이가 나타나기를 갈망하기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홍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