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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고

분열과 증오를 통합과 화해의 정치로 바꾸자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이순신이 조정을 속인 것은 임금을 없는 것으로 여긴 죄이며, 적을 놓아주고 토벌하지 않은 것은 나라를 저버린 죄다. 심지어 남의 공을 가로채고 남을 함정에 빠뜨린 죄는 방자하지 않음이 없는 것이니 거리낌 없이 행동한 죄다. 이렇게 수많은 죄상이 있으면 법에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니 율(律)을 상고해서 죽이는 것이 마땅하다. 인신으로서 속인 자는 반드시 죽여서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선조 30년(1597) 3. 13일의 선조실록 기록이다.

 

국가와 백성을 위해 목숨바쳐 왜군과 싸워서 혁혁한 공을 세운 이순신을 죽이려고 했던 선조는 임진왜란이 끝나자 곽재우·김면·김천일·고경명·조헌 등 의병장으로서 국가에 헌신한 이들 대신에 그를 따라 의주까지 도망갔던 마부는 물론 칠천량의 패전으로 대부분의 수군을 수장시켜 조선을 일촉즉발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원균 등을 공신으로 책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나라에 공이 있는 영웅들은 홀대하고 임금의 안위에만 충실했던 자들을 우대했던 선조의 만행의 여파는 이후 병자호란의 맥없는 참패와 일제에 의한 조선의 멸망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선조에 의해 강제로 사라져야만 했던 의병사상은 조선이 멸망한 이후에야 일제강점기의 독립운동가와 한국전쟁의 무명용사 등의 출현으로 다시 살아났다.

 

세상이 어지럽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로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거대야당은 대통령이 지명한 정부인사가 임명되어 업무를 수행하기도 전에 ‘탄핵권’을 남발하고, 윤 대통령은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부적격 사유에도 불구하고 함량 미달의 인물들을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내리꽂고 있다.

 

전과4범에 11건의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는 자가 거대야당의 대표가 되고, 일제강점기의 한국인의 국적을 일본이라 하는 자가 독립기념관장이 되고, 일하고 받은 월급이 ‘뇌물’로 둔갑하니 세상이 어지럽지 않을 수가 없다. 세상을 혼란에 빠뜨려 ‘가치전도’를 일으키는 것이 여야 정치인들의 목적이라면 일단은 성공한 것 같다.

 

자는 사람은 깨울 수 있어도 자는 척 하는 사람은 깨울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이 속한 진영에 매몰된 자는 객관적 사실을 눈 앞에 내놓아도 보지 못한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지 않으니 보이지 않고, 보이지 않으니 못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양극단의 진영논리가 판치는 세상이 되었다.

 

여기에서 똥이면 저기에서도 똥이고, 여기서 된장이면 저기서도 된장이어야 한다. 똥과 된장이 자신이 서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진영논리다. 똥은 치우고 된장은 간직해야 한다.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않으면 똥 속에서 살 수 밖에 없다.

 

단재 신채호는 ‘역사란 아와 비아의 투쟁’이라고 했다. 아, 곧 ‘우리’는 우리가 비아로 여기는 자의 여집합이다. 외계인이 쳐들어 오면 인류가 ‘아’이지만 일본이나 중국이 우리나라를 침략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이다.

 

일본과 중국의 역사와 영토 및 경제 등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아’의 정의가 확고하지 않으면 안된다. ‘아’를 자신의 이익과 결부된 집단이나 진영으로 한정짓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과 비례해서 국가의 미래는 어두워진다. ‘아’는 누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진영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그리하여 분열과 증오의 정치를 통합과 화해의 정치로 바꾸자.